신병위로외박, 그러니까 흔히들 백일휴가라고 하는 걸 나왔습니다.
수요일날 나왔고 내일이면 이제 복귀네요. 아, 그래서 그런가 기분이 착찹-합니다.
여러 사람들한테 들은 것보다 생각보단 괜찮은데 어쨋든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는게 너무나 슬픕니다.
군에 있는 동안 처음엔 독서도 해야겠고, 공부도 해야겠고, 자격증도 따야겠고 이것저것 할 게 참 많다는 생각에, 어쩌면 22개월이라는 시간이 짧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때는 아예 짬이 안되서,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길 수가 없었죠. 짬 좀 되고 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책도 좀 읽을 수 있고, 공부도 조금씩 눈치봐가며 할 수 있을 때가 됐어요. 그런데 정작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때가 됐는데 초심이 사라지더군요. 그저 모든 일상이 재미없고, 귀찮고, 잠만 자고 싶고 나가고만 싶었어요.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그렇게 매너리즘에 빠지고, 무기력해지는 저를 보면서 이런 쓸 데없는 생각하는 제가 참 싫었어요. 게다가 친하게 지냈던 바깥에 있는 친구들과의 공감대가 조금씩 없어져가면서, 나만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간다는 느낌이 참 견디기 힘들었어요. 처음에 전화를 하면, 이런 훈련이 어쩌고 저쩌고, 이런 선임이 있고, 이런 일을 하고.. 등등 참 할말이 많았는데 갈수록 참 할말이 없어지더군요. 군 안에서의 어제와 오늘이 바뀌더라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똑같은 일상 때문에, 더이상 할말이 없더라고요. 바깥에 있는 친구들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고 느끼고 외롭다는 느낌이 점점 심해지고 있던 차에 휴가를 나왔습니다.
집에 가서 가족들이랑 맛있는 것도 맘껏 먹고, 잠도 맘껏 자고, 눈치안보고 쇼파에 드러누워서 리모컨들고 채널도 이리저리 돌리고. 참 좋더군요. 친구들 만나서 술도 마시고, 바다도 보고, 밤새도록 떠들고놀고. 꿈만 같은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와서 대학교에 찾아가서 늘 참가하던 소모임에 참가해서 축구도 하고, 술도 마시고, 친구들도 만나고.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에 다 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들이네요. 근데 참.. 오랜만에 대학교에 가서 사람들이랑 술을 마시는데 도저히 할말이 없더군요. 군대이야기 밖에...-_ -..예전에 형들이 군대이야기 하면 그렇게 재미가 없었는데 제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밖에 있는 사람들끼리 무슨 이야길 하면 저는 모르는 이야기니까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어서 멍하니 딴생각만 하고 있고.. 아, 군인은 참 어쩔 수 없구나 싶더라고요.
어제까지만 해도 정말 민간인이 된 기분이었는데 이제 하룻밤만 더 자면 복귀란 생각에 계속 한숨이 나와요. 아~ 젠장.
다시 들어가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독서도 열심히 해야겠어요.
그리고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좀 끊어야겠네요. 어차피 떠날 사람들은 뭘 하든 떠나고, 내 곁에 남을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남는 거잖아요. 괜히 저 사람과 멀어지는 것 같다고 근심하고 스트레스 받고 그러지는 말아야겠어요. 떠날 사람은 떠나는 거니까요. 그런 사람들을 떠올리기보다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서 저를 만나러와준 사람들에게 고마워하고, 감사해야할 것 같아요.
아... 그럼 기약없는 다음 휴가 때 까지 다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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